2010.08.02 13:16

박사를 한다는 것은...

요즈음에는 박사들이 많고 또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해도 일자리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런 시대에 박사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공대쪽이라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공대 분야에서 박사를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나름대로 배운 지식을 총동원하여 세상을 변화시킬 한 문제를 푸는데 전념할 수 있는 3~4년의 시간이라 하겠습니다.

학부때까지 배운 여러분들의 지식, 그리고 대학원 초기에 배우는 조금 더 상세한 지식을 익힌 후 이것을 이용해 "문제" 를 찾습니다. 대학때까지는 대부분 답이 있는 문제가 여러분들에게 주어지고, 이 문제를  푼 다음 "정답"과 맞추어 보는 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사과정은 그 문제를 찾는 것부터가 시작합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찾은  "문제"에 답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풀어보지 않은 문제이기에 우리는 모르는 것이죠. 그런 문제를 하나 잡아서 3~4년 동안 이 한 가지에 집중해 보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 문제를 생각하고 버스를 타다가도 문득, 또는 그릇을 씻다가, 길을 걷다가도 계속 그 문제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이 한 문제에 올인하는 것이죠.

가급적 주위의 방해 받는 잡무나, 프로젝트 없이, 그리고 경제적인 걱정 없이 (저희 학교의 경우 약 월 200만원의 stipend 지급) 그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곳이 박사를 하기 좋은 곳이고 무엇보다도 본인이 찾은 문제가 좋은 문제인가를 같이 고민할 adviser가 있는 곳이 최고 좋은 곳입니다. 그렇게 3~4년을 보낸다면 정말 멋진 문제를 아름답게 풀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결과로 박사과정동안 수행한 연구가 세상을 바꾸고 그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 발전을 이룬 예는 무수히 많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참 쉽지 않습니다. 우선 학부때는 지식이 좀 더 필요하므로 문제를 찾거나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렵고 (간혹 이것을 해내는 학부 학생들도 있습니다만), 또 제 또래가 되면 할 일의 종류가 늘어나고 학생들도 있고 해서 한 문제에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제 학생들을 보면 사실 부러운 마음도 듭니다.

인생에서 3~4년 정도 "한 문제" 풀기에 집중해보는 것은 여러분의 젊음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해서 한 문제를 잘 푼 사람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세계 최고이며, 계속해서 다른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을 가진 것이고 그럴 때 "박사"라는 칭호가 어울릴 것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를 쉽게 개발하고 개발자를 돕는 일에 관한 "한 문제"를 같이 풀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저희 연구실로도 지원해 보시기 바랍니다. 선택된 분들에게는 3~4년 동안 한 문제에만 온 힘을 쏟을 수 있는 지원과 환경을 만들어 드립니다. (http://www.se.or.kr/3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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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3 Comment 5
  1. 2010.08.03 23:5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이예리 2010.08.30 21:3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한나님, 잘 지내시죠? ^^
    제가 공대 학생은 아니지만 글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HannaKim 2010.09.01 12:11 신고 address edit & del

      예리님, 경영학과 박사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좋은 박사 하기시 바랍니다.

  3. Harris 2011.04.18 01: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공감 100%으로 글이네요^^ 좀 퍼갑니다^^

  4. 우정이♥ 2016.10.19 23:4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김성훈교수님 안녕하세요. 장우정입니다. 여름에 소장님이랑 제주도 월정리 카페에서 뵜었는데 여기서도 뵙네요!! 항상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한가지에 장기간 몰입하는 기회가 되는 박사과정이 인생에서 한번쯤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하려구 하는데요. 관심이 다양하여 어느쪽으로 박사를 하는게 좋을지 고민입니다. 저는 현재는 뇌과학 소프트웨어 연구를 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추후에 고차원적인 의료인공지능을 만드는 사업을 하고 싶은데요. 박사를 복잡계, 철학, 뇌과학, 인지과학, 인공지능... 어느쪽으로 하면 좋을까요? 홍콩과기대도 미국만큼이나 환경이 좋은가보네요. 좋은연구환경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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