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5 16:19

테뉴어된 교수로 살아 간다는 것은...

제가 처음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것은 박사과정때 만난 Jim Whitehead 지도 교수님 때문입니다. 당시 WebDAV쪽의 대가로서 하시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시다가 평일 저녁 5~6시 부터, 그리고 주말에는 일하지 않고 아예 이메일 답장도 하지 않으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언제나 여유있고 당당하셨습니다.


당시 매일 늦게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도 일하며 바쁘게 지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저에게는 큰 충격이였습니다.


박사를 졸업하고 운좋게도 저는 교수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조교수는 3년씩 2번, 6년 계약직이였고 이동안 충분한 실적이 없어 테뉴를 받지 못하면 다른곳에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불안한 신분이였습니다. 저희 학과의 경우 경우 테뉴어 실패율이 30%정도 되고 주위에 중간에 나가신 분들에 대해 듣고 보았기에 불안한 마음이 들때가 있었습니다. 겨우 마음을 잡고 있어도 조교수들끼리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보면 자연스레 테뉴이야기를 하며 다른 교수들이 저를 불안모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불안한 조교수 생활을 하면서도 선배들에게 배운 다음 3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1.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을 신나게 하라: '6년간의 계약직'을 다르게 보면 월급을 받으면서 내가 하고싶은일을 6년동안, 그것도 4~5명의 똑똑한 박사과정을 뽑아서 함께 (최소 6년간은 짤릴 걱정없이)해볼수 있는 좋은 기회인것입니다. 다른 직종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기회라 생각하며 내가 6년동안 하고싶은 신나는 일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이는 또 다른 길을 찾아 보라는 신호니, 6년후 테뉴없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주제 위주의 연구를 했습니다.

  

2. (실적보다는) 학생에 신경써라: 저희 분야의 대가이신 David Notkin 교수님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그 유명한 명언 (본인의 지도교수였던 Nico Habermann 에게 배웠다고 합니다., "Focus on the students, since graduating great students means you'll produce great research, while focusing on the research may or may not produce great students." 돌이켜 보면 잘못한 경우도 많은것 같지만 마음만은 학생들의 안녕을 바라고 장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학생과 같이 일하려고 했습니다. 


3. 눈치보지 마라: 테뉴어도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라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나름 인맥에 신경써라고 하신 일부 선배님들도 계시지만 저는 결국 "테뉴어는 본인의 실적이 결정한다" 라는 믿음으로 학과장, 대학장, 총장님등 의사결정권자들의 눈도장을 찍을수 있다는 모임에는 가급적 참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렇게 5년 3개월, 그리고 7개월간의 길고 초초한 심사과정을 거친다음 어느날 이런 메일을 받게 됩니다.



이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보통 포스트는 10여개의 like 정도 받는 인기가 별로 없는 제가) 300개 이상의 Like와 많은 분들에게 축하를 받게 됩니다. 






(제가 테뉴어를 받을수 있도록 저희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했던 연구원, 학생들, 그리고 공동연구를 했던 많은 연구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테뉴어의 의미는 "그동안 잘했으니 앞으로도 잘할것으로 믿고 우리학교에서 계속 본인이 *하고싶은* 연구를 해주시오" 입니다. 이제 더이상 논문 한편 한편의 실적이나 연구과제의 당락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언제까지 몇편의 논문을 쓰거나 무엇을 해야할 필요도 없습니다. 테뉴어를 받은 이상 학교에서 나가라고 할까봐 더이상 다른 분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이제 정말 아무 제한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단기간의 결과에 연연함 없이) 마음껏 펼쳐가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1) 제가 하고싶은 신나는 연구만 하고 (2) 좋은 학생들에게 더 신경써고, (3) 아무 눈치보지 않으면서 테뉴어된 교수로 계속 살아갈 것입니다. 이렇게 할수 있는 직업을 가진 저는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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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이 없고 Comment 5
  1. ㅠㅠ 2015.02.18 16:2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장차 교수직을 희망하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교수직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많아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었는데요..
    메일 서버 문제로 반송처리가 되네요...교수님과 연락해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ㅠㅠ

    • Hanna 2015.03.27 15:58 신고 address edit & del

      hunkim@gmail.com 으로 메일 주세요.

  2. junsu 2015.07.16 05: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테뉴어란 단어로 서치하다 교수님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 수료후 1년이 지난 지금 초심과는 다르게 불안과 걱정만 쌓여가는 시기입니다 . 교수님 아니 선배님들도 이러한 생각과 불안을 격었으리라 생각하며 오늘을 다시금 되뇌어봅니다. 고맙습니다.

  3. 2015.09.15 16:4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hjun 2016.08.07 22: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딥러닝 강의 덕에 교수님을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늦었지만 테뉴어 이루신 것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좋은 활동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훌륭한 강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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